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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der 2009. 1. 26. 02:54



흑해의 어느 작은 마을, Cide에서 만났던 예쁜이들. 내가 바람의 언덕이라 부르는 '아마스라'에서 '시놉'으로 가려면 작은 마을들을 숱하게 거쳐야 한다. 난 당연히 버스 한 방으로 큰 도시 '시놉'으로 편하게 갈 걸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Kurucasile - Cide - Inebolu - Abana - Sinop' 무려 다섯 마을이나 들러야 한다니. 하루 만에 갈 루트는 절대 아니였다는 걸 여행하는 동안 알았다. 론리의 지도만 보고서 가고싶은 도시만 찍어서 무작정 다녔으니 세세한 차 편을 알 리가 없지. Inebolu행 버스가 오려면 두 시간 여 남은 것 같아서 피자로 배도 채웠고 생소한 동네, 여기 'Cide'를 산보나 해보자 싶어서 가방은 버스 회사에다 맡겨두고 걷기 시작했다. 이 길이 끝나는 데까지 걸어서 다시 되돌아오면 시간이 되겠구나 싶었거든. 옆 길로 너무 샌 바람에 한참을 돌아와버려서 부랴부랴 되돌아가고 있을 무렵 '세 소녀'가 이제 막 중학교에서 배우기 시작한 영어 표현들을 내게 돌아가며 한 마디씩 던지는 게 아닌가. 반갑기도 했지만, 시간에 쫓기고 있어서 '이러다 말겠지' 하며 말을 받아주고 있는데 헉...... 갑자기 학교로 초대를 한다. 버스 시간까지 이야기해줬는데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나를 끌고 가니 어찌 거부할 수가 있을까.






이곳은 나처럼 다른 곳을 가기 위해 잠시 들르는 사람이 아니라면 여행객이 올 만한 동네가 아니기에 나는 정말 연예인 저리가라 할 정도의 '대환영'을 받았다. 교무실에 가서 선생님들과 다 인사하는 것은 기본에다 교실별로 돌면서 순회공연 하듯 수업 참관하면서 아이들 하나 하나와 다 인사를 나눴고 아이들은 자기네들하고 키가 비슷하거나 더 작다 보니 얘들이 어려워하는 거 없이 너무 귀여워해주는 거 아닌가. 중딩들이 말이지~ 나보려고 서로 몰려들고 웅성웅성, 소리 '꺄악~' 정말 조용한 학교가 나로 인해 발칵 뒤집혔다. 푸핫. 아이들이 사진 속에서 보여지는 느낌 그대로 어찌나 순수하고 다들 예쁜지 나는 계획에 있던 여정 따위를 저멀리 내던지고 아이들 수업 끝날 때까지 함께 옆자리에 앉아 하하호호 떠들면서 하루를 보냈다. 그 짧은 시간동안 정 들었다고 한 '잘생긴 남자'아이가 증명 사진을 수줍게 내민다. 사진 뒤에는 good bye, yeong! 이라고 적혀 있더라. 귀여운 녀석들. 수업이 끝나고 배가 고픈 게 아니었건만, 아이들이 Pilav(볶은밥) 라는 말을 하기에 나는 고개만 끄덕거렸을 뿐인데, 그네들의 아지트로 나를 데려가 자신들은 안 먹고 내 밥만 시켜서는 어여 먹으라고 숟가락을 쥐어준다. 나하하하하하, 내가 맛있는 밥을 사줘도 한없이 부족한데 코묻은 돈을 모아서 내게 밥까지 사주다니..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가득 담긴 밥을 맛있게 먹었다. 밥을 다 먹고 나니 이제는 선물 가게로 데려간다. 앗, 설마 내게 선물 주려는 건 아니겠지 하면서..... 이러면 내가 너무 미안해지잖아.... 이쁜 모양에 담긴 촛불을 가리키며 이게 어떠냐고 물어보는 거다. 그리고 사전에서 '선물'이라는 단어를 손수 찾아 내게 보여주며 또 줄 게 없는지 살펴보고 있는 세 소녀들... 





오늘 밤은 Celin 집에서 보내기로 했다. 셀린 아버지 회사에 가서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아버지가 손수 집까지 태워주셔서 터키 여행한 이래 처음으로 단순한 초대가 아닌 '하룻밤 묵을 수 있는 영광'을 얻었다. 집에 도착하니 아아아아, 셀린도 무지 귀여운 소녀인데, 이 아이의 동생... 이제 막 8살 된 '후세인'은 깜찍해서 내가 얼마나 예뻐해줬는지 모른다. 처음 본 나를 너무도 친근하게 잘 따라주어서 정말 정말 예뻤다. 쑥스러워 하면서도 가까이 다가오는 그녀석의 웃음과 몸짓은 직접 봐야만 한다고. 내 노트에 자기 이름도 적고 낙서한 흔적도 고스란히 있는데 그걸 볼 때마다 이녀석이 떠올라서 시간이 꽤 지난 지금도 여전히 생각난다. 지금쯤 많이 컸을 텐데. 이제 중학생이 되었겠구나.. 이 녀석, 빤쭈 차림으로도 뽈뽈거리며 잘 다니더라. 내가 사진까지 찍은 줄은 몰랐지? 귀여운 녀석....



다음날, 단 하루지만, 정들었던 이 곳을 떠나려니 마음 한 켠이 무거워졌다. 지금 떠나면 언제 다시 보게될 지 모를 사람들이니까. 하지만, 내게 잊지 못 할 하루를 선사해준 '세 소녀 그리고 후세인'을 내 어찌 잊을 수 있을까. 다시 볼 수 있다면 꼭 보고 싶다. 터키로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한, 한 번은 보겠지. 그들의 주소가 바뀌지 않았다면 말이다. 요즘 마음의 여유를 잃어서 내가 여행이란 걸 정말 가보고 싶어하는 건가에 대해 끊임없이 물음표만이 맴돌았는데, 지난 여행 흔적과 내 마음이 특별하게 기억하는 누군가를 떠올린다는 것이 이렇게 즐겁구나 라는 생각에 더이상 스스로에게 질문하지 않아도 되더라. 내가 여행 자체를 두고 의문이 드는 건, 터키만큼 열렬히 가보고 싶은 어딘가가 없어서 그러한 거니. 그렇다고 평생 터키만 갈 수도 없고...... 아무튼 터키 인연들이 그립다.....


터키라는 나라는 그곳만이 지닌 매력도 있지만, 내게 있어 예기치않게 들른 도시마다 '인연의 한자락'으로 그들과 엮이게 되니 터키를 떠올리면 '아련함'이라는 감정이 먼저 생긴다. 터키에 있는 그들이 보고 싶어 찾고 또 찾고 싶어지는 그곳. 현지인과의 특별한 인연을 맺기에 너무도 좋은 나라니까.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터키 사람들의 민족성이 그러니 다른 나라와 비교해 여행객에게 있어 '인연의 고마움'을 느끼게 해줄 기회가 더 많다고 나는 확신한다. 물론 대도시보다 '소도시'를 찾아야 한다는 건 전제하에... 터키 타령을 하면서도 나는 아름다운 볼거리가 풍성한 서쪽의 '에게해'쪽은 찾지 않는다. 오로지 이스탄불을 시작점으로 하여 흑해를 찍고 찍어 동쪽으로 여행하는 이 루트를 더 좋아하니까. 가고 싶다, 터키......



posted by 딸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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