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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der 2009. 5. 5. 23:06

10회 전주 국제영화제에 잠시 다녀왔다. 아주 충동적으로! 4월말부터 수험생 주제에 5월초부터 아주 화려하게 이어지는 연휴에 내 마음도 덩달아 들떠서 뭔가 마음을 다잡을 계기가 필요했으니. 8시 영화 '악의 화신'도 봤고. 내가 공포영화를 보다가 이렇게 소리를 꺄악~ 안 지른 건 처음이 아닐까 싶은데 그건 바로 이 영화가 B급 호러물이어서 그렇다. 물론 혼자 깜짝 놀래서 몸을 들썩이긴 했지만, 잔인한 장면들을 빼놓고서는 B급답게 실험주의 정신이 투철한 공포영화였다는. 무섭다는 느낌보다 '웃겼다'라는 느낌이 더 많이 자리하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물론 엉덩이 부분을 살을 절개해서 그 인육을 자신이 와작와작 먹고 토해내는 장면이며 뇌 절개 장면 기타등등 잔혹한 장면이 수도 없이 넘쳐 놓친 부분이 많지만, 내 생애 아주 또렷한 정신으로 본 공포물로 기억될 것이야. 그런데 중요한 건, 공복에 봐도 속이 거북한데 밥을 거하게 먹고 봤더라면 영화보고 올릴 수도 있겠고나 하는 생각을 했다는 거 우웁. 그리고 PIFF에서도 시도하지 않은 자정부터 시작되는 '불면의 밤'을 봤는데 오홋 제대로......... 첫번째 영화만 이야기하자면, '창녀고문지옥' 이런 영화에 어찌 잠이 올 수 있으리요 우훗. 3편의 영화가 이런 류라고 보면 된다. 덕분에 심야영화에는 쥐약인 내가 아주 두 눈 초롱초롱한 상태로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다는. 내가 JIFF를 보고 놀랬던 건, PIFF 심야 상영을 보지 않아서 비교한다는 거 자체가 어불성설이긴 하지만, 심야 상영 관람객들을 위해 35분, 15분 쉬는 시간동안 끊임없이 양질의 간식을 제공하더라. 보통은 우유와 빵이 대부분일 것을, 처음 쉬는 시간에는 컵라면, 삼각김밥(전주답게 전주비빔밥이더라 풉) 오렌지 주스까지. 두번째에는 바나나. 어찌나 고맙던지....... 이번 PIFF에서도 심야 상영 한 번 도전해서 전주국제영화제와 한 번 비교해봐야겠다. 심야 영화가 이렇게 신날 줄이야.






새로운 동네를 찾았으면 응당 '맛있는 커피집'을 둘러봐주는 센스가 필요한 것 아니겠는가. 자체 검증으로 '커피101' 과 '10gram'을 가려고 했는데 지도에도 나와있지 않고 블로거들이 포스팅한 걸 봐도 너무 추상적으로 설명을 해놓으니 찾아갈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출발하기 직전에 에라 모르겠다, 다른 곳을 뚫어보자 싶어 검색했는데 '카페 쎄즈베 혹은 커피 작업실'이 눈에 바로 들어오더라. 최고의 바리스타 출신은 물론이며 교육을 주로 담당하고 있는, 심사위원도 겸하시던가 아무튼.. 이 집에서 무조건 커피를 마셔야겠고나 하는 생각밖에 안 들더이다. 위치는 일명 '영화의 거리' 혹은 '오거리'쪽의 메가박스 바로 옆 건물 2층 (1층에는 뷰티 팰리스라는 미용실이 있다)에 있답니다.





이 곳의 최대 장점이 뭔 줄 아십니까? 고객 입맛대로 커피를 주문할 수 있다는 거죠. 정해진 메뉴판이 없습니다. 매장 내 구비된 원두 종류로 자신의 취향에 맞게 바리스타 아저씨에게 부탁하면 쨘쨘하고 만들어주신다는 거죠. 사전 정보없이 이 곳을 찾아서 조금은 황당하고도 특별한 이 주문 방식에 당황했는데 아아아, 너무 좋습니다. 여기를 가기 전에 제가 알아본 스페셜 메뉴는 사진에서 보이는 '사커레또'였습죠. 에스프레소에 얼음과 쉐이킹. 특별합니다, 특별해요. 이 맛은 진짜 먹어봐야 안다는. 전날에 여기서 이 커피를 마시고 다음 날에 또 와서 (아저씨에게 내일 또 온다 했거든요, 이놈의 오지랖!) 아저씨표 추천... 오늘 막 내린 '과테말라' 추출한 게 맛이 끝내준다 하시기에 아이스로 주문했지요. 원래 스트레이트 커피를 자주 마시는 편이라 진하면 무조건 좋아, 하고 외치는 주의인데, 이 둔감한 미각의 소유자가 세상에 첫맛 중간맛 끝맛의 그윽함을 제대로 느꼈다면 말 다한 거 아닙니까. 첫맛은 진하고 중간맛은 깊으며 마지막은 깔끔한, 중간맛의 느낌까지도 전해지게 만드는 이 커피집 대체 어쩌면 좋단 말입니까. 그래서 요거 마시고 다시 마무리로 '사커레또'를 또 마셨다는 이야기.



정말 이 커피집이 근처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몇 번을 생각했는지 모른다는. 커피 때문이라도 매년 영화제 기간에는 꼭 와야겠고나 하는 생각까지 미쳤다면 말 다한 거 아니겠느냐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세상에 고객 지향주의 커피집은 없거든요. 첫날에 헤즐넛향을 첨가한 아이스 커피를 주문했었는데, 공교롭게 헤즐넛 향이 떨어져서 고객이 원한 커피를 만들지 못 했다 하여 서비스로 주겠다는 걸 굳이 돈 받으시라고, 이렇게 좋은 커피를 공짜로 먹을 수는 없다고 해서 아저씨가 소정의 돈만 받으셨지요. 아무튼 이 집 너무너무 좋습니다. 커피 집을 보고서 이렇게 전적으로 반해버리기는 처음이 아닐까 싶은. 안 그래도 오늘 들러서 마지막 인사하고 갈 때, 전주에서 좋은 추억 많이 만드셨어야 할 텐데 하시기에.... 전주에서 여기가 제게는 최고의 수확이에요 하고 웃으며 말씀드렸어요. 정말 사실이니까요. 앞으로 영화제는 옵션이고 커피 마시러 저는 이 집에 꼭꼭 갈 겁니다. 전주 국제 영화제에 혹 가시려는 분들은 기억했다가 이 집에 꼭 가세요. 최고의 만족이라는 단어로는 턱없이 부족하옵니다. 아, 이 카페 쎄즈베 사랑합니다 으하하.



posted by 딸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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