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클릭) RSS구독하기

wander 2009. 8. 7. 23:04














시리아의 동부에 위치한 '팔미라'다. 고대 유적을 그저 있는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여기 저기 그저 돌덩어리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저기 멀리 보이는 사막 언덕 위의 높은 곳에 자리한 아랍성. '아랍성에서 보는 일몰이 끝내줘요' 를 느끼고자 오전에 잠깐 둘러보고 밥을 먹은 후, 오후 5시쯤 되어 부랴부랴 말 그래도 헥헥 거리며 오르기 시작했다. 보기에도 높아 보여 일몰을 놓치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도착과 동시에 일몰을 보고 문지기 아저씨의 과도한(?) 차대접을 받은 후 답례로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일행이 없었으면 그 넓디 넓은 아랍성에 나 혼자였을 텐데, 그건 생각만 해도... 아랍계 남성들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어딜 가나 응큼하고 징그러운 놈들은 있으니까. 마지막 사진은 꽤나 질감이 거칠게 나왔다. 그래서 더 좋다. 유유히 말을 타고 가는 베드윈족.
 














아랍성을 오르다 보면 중턱쯤 왔을 때 귀여운 낙타들이 코를 벌렁벌렁 거리며 몇 마리가 있다. 마음 같아선야, 낙타 타고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저 녀석들은 꼭대기까지 가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부터 중턱까지만 여행객이 탈 수 있는 것 같으니 원..... 여행하다보면 이렇게 편한 것만 찾고 싶어지고 체력이 고공낙하하듯 슝~ 급속도로 떨어져 버리는 걸 어찌 하겠누.. 본래의 체력도 딱히 좋은 편도 아니고 다만 센 척을 할 뿐. 단지 체력때문에 기가 죽기 싫으니까. 겉으로는 씩씩해보이는데 속으로 혼자서 끙끙 앓는게 깊어지다 보니 다음 날 몸살은 기본으로 따라붙는 옵션인 게지. 모래 언덕을 올라가 본 자는 알 거다. 그냥 오르막도 힘든데 깊디 깊은 모래에 살짝 발이 빠져가며 걷는 게 얼마나 체력을 요하는지. 또 일몰 시간 안 놓칠 거라고 부랴부랴 뛰다시피 걸었으니 나는 초죽음 상태. 국내에 내가 아는 모래 언덕은 전남 신안에 있는 '우이도'가 있는데, 그곳은 꼭대기에 올라서면 바다의 전경이 한 눈에 다 보여서 탁 트인 풍경을 보는 순간 언덕 위에 앉아 멍하니 바라보고 또 바라보게 된다.


아무튼 아랍성은 일몰도 참맛이었지만, 그보다 더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던 순간은 바로 달빛 속에서 내려오는 그 때였다. 저 멀리 보이는 불빛만 있을 뿐, 인적이 없는 고요한 그 공간에 오직 비춰주는 것은 달빛 뿐이었다. 혼자 낭만에 취해 노래를 부르며 촉촉한 기분에 젖어들 수 있었고 이 곳에 달과 나만 유일하게 존재하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해줬으니... 일행이 있었지만,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서 우리는 각자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달빛의 기운을 제대로 받았다. 그때 느꼈지. 달에 어떤 '몽환적인' 기운이란 게 바로 이런 걸 이야기하는 구나 하고. 세상과 분리되어 자신만의 또 다른 세계에 와 있는 기분은 그때가 처음이었으니까.






posted by 딸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