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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der 2009. 8. 25. 02:11













이런 느낌의 가옥이 빽빽한 곳을 사람 하나 없는 자정이 넘은 시각에 혼자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오싹하겠느냐고요 어휴~








세계문화 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사프란볼루의 전통 가옥이다. 이 동네는 숙박비가 살짝 비싼 것만 빼면- 한 방에 DC없이 25,000리라 했었으니 우리돈으로 약 3만원. 혼자 가면 독박쓰는 걸 각오하고 가야한다. 게다가 성수기에 가면 잘 곳이 없어서 다락방인 주제에 겨우 2만리라씩이나 줘가며 흥정해서 자야 하는 신세에 놓일 지도. 그러다 감기 걸리지 암~ 이스탄불에서 가고자 한다면 7시간이 소요되고 난 이스탄불 - 카파도키아 루트까지 돌고 2,3주 정도 사프란볼루를 기점으로 흑해 여행을 계획했기 때문에 앙카라를 경유해서 그곳에 갔다. 헌데 문제는 말이지. 야밤에 도착했고 지도의 정확성 면에서 월등한 론리플래닛이 있었음에도 초행길이라 동서남북의 갈피를 잡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 동행자가 있었음에도. 가장 무난한 PTT(우체국)을 물어보면 여기가 어디쯤인지 방향 감각이 생길 듯해 겨우 도착했는데, 게스트 하우스는 코빼기도 안 보이고 걸어가면 갈수록 더 적막함이 흐르는 곳으로 향하고 있으니 길을 단단히 잘 못 들어선게지. 알고보니 신/구 시가지가 존재하는 곳이었고 숙소들이 모여있는 곳은 신시가지인데, 우리는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각에 구시가지를 정처없이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구시가지와 신시가지 사이의 길은 낮에는 별 탈 없는 곳인데 밤에는 전설의 고향 저리가라 할 만큼 오싹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아마 동행자가 없었더라면 나는 '걸음아 나 살려라' 하며 엄청나게 질주를 하고도 남았을 거다. 동행이 있었음에도 나는 속으로 바들바들~ 여기 특유의 분위기는 밤에 더 빛(?)을 발한다. 혼자 있어보라고. 담력쌓는 극기훈련이 따로 없다는.








여행 중에 생일 맞이하는 걸 로망으로 여겨 왔는데, 여기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랬기에 더욱 특별했던 사프란볼루. 생일이 애매한 11월 말이라, 어딜 떠나기에 참 난감한 시기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다음에도 또 다른 공간에서 더욱 스페셜한 생일을 보내고 싶다는. 이 날, 나는 인사하는 터키 사람마다 '내 생일이에요' 하고 외치고 다녔다. 터키어로 샥샥 외워놓고 인사만 하면 자동으로 생일~ 그래서 축하를 원없이 받았도다. 아무튼 바보같지만, 이제는 나침반 보는 법을 배웠다. 내가 어느 위치에 있건, 무조건 바늘이 북쪽을 가리키는 쪽이 정말 북쪽이라며? 이건 배우고 좌시고 할 것도 없는 아주 단순한 건데, 나는 왜 항상 얘는 북쪽만 가리킨대? 도대에 어떻게 방향을 읽으란 말이야? 하면서 가방에 나침반 열쇠고리를 걸고 다니면서도 활용할 줄 모르는 바보였던 거다.




posted by 딸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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