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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der 2009. 10. 5. 01:52
#1 징크스
기차를 타고 어디를 가려고 하면 잠이 안 깬다. 그래서 결국 오늘도 기차 한 대를 놓치고 다시 예매하는 사태가 발생. 게다가 환불하는 것까지 까먹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다 내려왔을 즈음, B군이 환불 된다던데 말하니 그제서야 아~ 하지만 3천 몇 백원이 통장에 들어오는 거라 다시 올라가기가 귀찮아서 관뒀다. 쩝. 기차 놓친 게 벌써 몇 번째더냐. 중요한 건, 그리 이른 시각이 아니라는 거. 11시 56분 출발이었는데, 내가 눈을 뜬 게 대략 11시. 허겁지겁 준비해도 모자랄 판에, 이왕 늦은 거 커피까지 마시고 담배 피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기차편 예약. 어휴... 평상시는 일찍 자건 늦게 자건, 4,5시간이면 알람을 굳이 맞춰두지 않아도 일정 수면 시간이 경과하게 되면 자연스레 눈이 떠지는데, 왜 어딜 가려고만 하면 램수면 상태 속에서 허우적대는지 모르겠다. 9시 반쯤 여유롭게 눈을 떴다가 나도 모르게 다시 잠들었더라고. 10일에 쌈사페에 가려면 7시쯤 기차를 타야 한다는 소린데~ 아악. 엄마한테 깨워달라고 신신당부를 해야겠다. 요것까지 놓쳐버리면 큰일이니까. 허겁지겁 일어나게 되면 항상 카메라, 담배, 라이터 몽땅 집에 놔두는 것도 모자라 출발 시각 또 15분 전에 택시에 올라타고. 아저씨께 광란의 질주를 부탁드리고.... 이놈의 사이클은 이제 지겹단 말이지. 그날은 꼭 여유롭게 5시에 일어나서 룰루랄라 준비하며 필요한 물품들 다 챙기고 아침밥까지 먹고 가는 느긋함을 꼭 보이고 말리다. 밤새서 갔다가는 새벽 4시까지 못 버티고 도중에 혼자 겔겔 거릴 테니까.




# 2 VINIROO
홍대에 봉다리 칵테일이 있는 것처럼 대구에도 여러 군데가 있는데, 술집이 18시부터 오픈한다길래 30분 여 시간도 때울 겸 이곳에 들어갔다. 가게가 아담하니 괜찮을 뿐만 아니라 젊은 남자 사장님마저도 아주 쌈박하시더라. 길쭉길쭉 하시니, 어디 순정만화에 나오는 사람처럼. 사람을 세세하게 보는 눈썰미는 없다만, 전체적인 실루엣은 한 번에 간파해내는 촉은 타고 났다고 자부하는데, 진짜 내가 대구에 살았다면, 여기를 집 드나들 듯이 와서 아주 제대로 단골이 되어주고 싶을 정도로 사장님이 괜찮았다. 친구인지 동업자인지 모를 그 분도 참 스타일이 좋으시고. 하하, 다시 언제 가게 될 지도 모르면서 마일리지 쿠폰을 받았는데, 거기에 싸이클럽 주소가 있길래 당연히 방문해봤지. 여름철 여성들에게 추천하는 칵테일 정보가 있어 쓱쓱 긁어옴. 모히토(민트맛을 좋아한다면, 민트맛이 강하대요), 레드스쿼시(레몬맛 특유의 신맛이 강함), 씨브리즈(사과향이 나는 상쾌한 맛) 이름만 들어보고서 마셔보지 못 한 것들인데, 다음에 '씨브리즈'를 한 번 마셔봐야겠네요.




# 3 모건이네 주방
생맥에 뿌려지는 궁극의 파우더 가루가 궁금했는데, 피처를 시키지 않는 이상 따로 나오지는 않고 400cc를 주문했을 경우, 자기네들이 알아서 뿌려주는 것 같더라고. 레몬과 함께 생맥이 나왔는데, 그맛 나쁘지 않았다. 톡 쏘는 느낌이 강하지 않아서 목 넘김이 훨씬 수월했으니까. 시중에 파는 '레몬 카스'는 니맛도 내맛도 아닌 터라, 한 번 호기심에 마셔보고는 절대 다시 찾지 않는데, 얘는 좋았다는 말씀. 나중에는 레몬이 제대로 우러나서 아주 상쾌하더라. 인기있는 술집이니만큼 6시쯤에 바로 들어가서 화장실을 잠깐 다녀왔을 뿐인데, 그새 창가 쪽 명당자리는 다 차 버리고. 언제 다시 대구를 방문할는지는 모르겠지만, 3군데 계획하고 간 곳 중에 여기만 다녀왔지만, 그래도 뿌듯뿌듯....


# 4 동갑내기 친구

블로그에서 동갑내기 친구를 만나게 되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친해지기 전까지는 글에서 느껴지는 감성만 봤을 때 상대는 분명 30대 초중반의 꽤 멋진 여성분으로 인식했다. 국문학도답게 감성도 풍부하고 리뷰를 쓸 때 조근조근하게 읊조리는 특유의 느낌때문에 괜찮은 언니 한 분 발견했구나 생각했는데, 친해지면서 통화하고 보니 그렇게나 만나기 힘들다는 내 나이또래 친구였다니. 한 편으로는 언니였다면 더 좋았겠다 싶은 생각도 있지만, 실은 동갑이라서 더 좋은 게 진심이다. 뭐 지금은 아래, 위 몇 살 차이쯤이야 가뿐히 친구지 이러면서 상대가 나를 누나 혹은 언니라고 부르기 전까지는 호칭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정작 나는, 나보다 최소 한 살이라도 많다면 남자는 모르겠지만, 여자에 한해서는 '언니~ 언니'가 입에 제대로 붙은 사람이기는 하다. 열 명의 오빠를 두는 것 보다는 한 사람의 언니를 만드는 게 지금은 더 좋으니까 말이지.




posted by 딸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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