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클릭) RSS구독하기

inside 2009. 10. 12. 03:36
공연 후기를 쓰고 싶지만, 낮 스테이지를 제외하고는 온전한 정신으로 공연을 본 기억이 흐릿해서 쓸 수가 없다. 술 기운이 그야말로 확~ 올라오는 바람에 밤에 사라지는 사태 발생, 일행들이 나 찾으러 다닌다고 욕봐, (으악, 이건 민폐다, 민폐, 게다가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는데 엉엉) 화장실 다녀온다고 나가서는 길을 못 찾아서 또 일행들이 찾아다녀. 어휴... 이게 모두 43도가 넘는 위스키와 칠레산 와인때문이다 쩝. 지금 내 몸은 만신창이, 윈디 시티때 슬램하다 제대로 뒤로 자빠져서 어깨 뒤쪽이 심하게 까여있지, 무릎에는 멍으로 도배를, 허벅지 근육은 부어올랐지, 다리는 아직도 후들후들 거리지.. 이건 모두 '돌밭'에서 뛰고 놀아서 그렇다. 공연장이 잔디인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만, 슬램해야 하는데, '자갈밭'은 너무 하잖아. 몸이 유들유들하지 않은 것들은 신나게 논 만큼 다쳐라 이 의미가 아니고 뭐냔 말이지. 임진각이 북녘이랑 가깝다는 걸 온 몸으로 체감했다. 해가 지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주변 공기가 완전 냉각되기 시작하더라. 살면서 이렇게 심하게 떨어보기도 처음. 넓은 부지때문에 거리가 서울에서 멀긴 해도 공연장으로서는 괜찮지 않을까 했는데, 진짜 말그대로 '임진각, 쩐다 쩔어' 으윽. 아마도 공연 보러 다시 그곳을 찾지는 않을 듯? 함께 한, 습지언니, 국화, 지기, 류삽... 구남 나왔을 때 깜짝 방문한 뉴메언니 그리고 velocity girl님(술에 흥건히 취하고 있어 닉이 가물가물해요) 반가웠어요. 그리고 피곤한 몸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운전대 잡아준 습지 언니, 내년 최상의 잔디를 제공해주는 지산에서 숙소 잡고 제대로 뒹굴어봐요. 나는 오늘 만난 멤버들 정말 좋던데.... 그리고 초면에 술 먹고 자꾸 사라져서 일행분들, 고생 많이 하셨어요 흑흑. 구조(?) 되었을 때의 기쁨은 그야말로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는 -_- 로모에 지기가 준 최상급의 필름 '포트라'를 넣어놓고서는 입장 하기 전에 두 장 찰칵한 거 말고는 아예 사진을 찍지 않아서 아쉽다는 거 하나. 게다가 귀걸이 한 짝도 잃어버렸네? 친구 집 도착해서 거울 보고 알았다. 귀 한 쪽이 휑~ 하다는 것을. 대체 어디에서 어찌 하다 잃어버렸누 흑흑... 아끼는 귀걸이였는데............


6시쯤 서울역에서 일행들과 헤어지고 택시를 잡아탔는데, 분명 가까운 거리인데, 아저씨가 나를 만만히 보셔 원래 가격의 두 배가 나옴. 친구에게 공연 끝나고 아침 5,6시 사이에 너희 집 쳐들어가게 될 거야 했었는데, 알다시피 공연보다가 서울 도착했다고 연락하는 것도 깜박하고 그야말로 공연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내게 휴대폰이 있다는 사실조차도 잊고 있었다. 친구는 무슨 일 있는 거 아닌가 해서 전화, 문자 했지만, 나는 묵묵부답.. 아무튼, 공연 끝나면 엄청 피곤할 줄 알았는데, 친구 집에 도착하자마자 씻은 후에 자려고 시도를 해도 잠은 안오고 결국 둘이서 배고파서 짜파게티 먹고 수다 떨다 11시쯤 잠이 들었는가보다. 아주 제대로 곯아떨어질 줄 알았는데, 3시간쯤 자고 잠이 깼다. 아주 완벽하게. 몸의 리듬이 비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거지. 그렇게 놀고 3시간 만에 멀쩡할 수는 없잖아. 친구가 잠을 곤히 자는 지라, 깨우지는 않고 6시 정도까지 자게 내버려뒀다. 사실 고맙다는 말을 직접적으로 대놓고 하진 않았지만, 반나절동안 나의 뻔뻔함에도 불구하고 극진한 대접, 땡쓰~ 올해 안에 한 번 더 보자고. 너랑 동네친구를 해야겠어. 너네 동네 마음에 들었거든. 앉아서 담배피며 고독을 씹기 딱 좋은 아담사이즈의 테라스가 마음에 쏙 들었단 말이지. 그리고 진짜 꼭두새벽에 쳐들어가는 일은 요게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야. 올림푸스 펜 EP-1 한정 발매 소식 뜨면, 줄서러 다시 서울에 가게 될 텐데, 어제 오늘 신나게 놀면서, 어차피 서울에서 자리를 잡을 거라면, 하루라도 빨리 올라가자 이렇게 결심해버렸다. 내년 가을까지 갈 필요도 없고 봄이나 겨울의 끝무렵에. 20대의 마지막에 소중한 선물 하나를 받은 듯한 느낌, 이것만을 기억한다.


posted by 딸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