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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2009. 11. 2. 01:24



"Rabbia E Tarantella" by Ennio Morricone (OST)



역시 무차별 폭격 액션의 대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우리를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150분 여 되는 상영 시간이 무색하게 느껴짐은 물론, 보너스로 '잔악무도한 피철갑' 씬의 디테일함과 생생함은 어느 누가 감히 그를 따라올 텐가. 피들의 향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음향에서 전해받는 그 리얼리티가 꿈틀꿈틀대는 칼질 소리. 그 여운 참으로 오래 간다. 잊을만 하면 등장하고 또 보여주고. 칼에 난자 당하는 생생한 묘사는 기피하고 두 눈 뜨고 볼 수가 없는 데도 오로지 예외가 있다면 그건 감독님의 작품이다. 스크린을 뻘건 피로 흥건히 도배질을 친절히 함에도 그에게는 열광할 수밖에 없다. 격렬한 지지와 사랑을 온 몸으로 보낸다. 이 작품을 두고 끔찍함에 대해 말을 더 쏟아내는 건, 특히나 특정 씬이 감당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칼 가지고 난도질하는 것도 어느 정도가 있는데 끄응. 스포일러 하나 → 머리가죽을 날카로운 칼로 슥샥슥샥 썰어내는, 자세히 더 말하자면, 정수리를 중심으로 머리를 떼어내는 거다. 이 씬이 꽤나 많이 등장해서 아 사람을 진짜 미치게 만들더구나.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머리 가죽을 처음에는 어찌 벗긴다는 거야 이러면서 뭣 모르고 봤다가 으악. 단순히 짧게 보여주고 가는게 아니라 머리 가죽 벗기기 제작과정을 다 보여주듯 생생하게 소리까지 다 전해진다. 머리 가죽 써는 소리 들어봤는가 우웁. 나는 뇌 절개하는 것도 온갖 미드 속에 등장하는 부검 장면과 쏘우 시리즈를 통해 단련이 되었음에도 그 날 것의 피비린내가 진동을 하는 것 같은 벗겨냄의 과정은 정말 힘들더라. 왜 그런지는 보면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봐야한다. 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니까! 끔찍함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역시 이번 영화도 그런 면에서는 강렬했다. 10점 만점에 10점 그 이상이라는 것도 말할 필요도 없고.




그리고 브래드 피트와 감독의 조합은 환상 그 자체다. 제작노트에 언급한 것처럼 '시나리오를 쓰면서부터 브래드 피트를 염두에 두었다' 고 하니 이건 뭐 말이 필요없잖아. 브래드 피트는 이전까지는 뭐랄까, 그저 내게는 분위기 자체가 멋있는 남자라고만 생각했지, 배우 자체를 놓고 봤을 때는 매력 자체를 꼽고 말고할 무언가가 없었다. 허나, 이 개떼들에서는 확실히 그가 맡은 캐릭터가 단연 돋보였고 (도저히 귀를 쫑긋거리고도 다 알아 먹을 수 없는 정체 불명의 영어 악센트도) 극중 '알도 레인'은 그를 위해 만들어졌고 그만이 소화할 수 있는 역이었다. 브래드 피트의 진가를 개떼들을 통해 알게 된 것도 내가 얻게된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게다가 그의 작품에서 여배우들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키핑 베토벤에서 단아한 연기를 선보여줬던 '다이앤 크루거'와 출연한 작품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유난히 낯이 익는 '멜라니 로랑'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웠다. 이 영화는 마지막까지 나치주의자를 조롱하고 비웃는데, 과연 나치 극우주의자들은 이 영화를 어찌 봤을까. 아직도 독일과 오스트리아에는 그런 분자들이 꽤나 존재할 텐데. 우리 감독님의 안위가 진심으로 걱정되면서 :p 그리고 받은 만큼 돌려주면, 뭔가 짜릿한 통쾌함을 맛볼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역사에서 보여주듯 피는 언제나 피를 부르는 법이니까.. 감독님이 지닌 재주는 어김없이 보여주셨기는 한데, 데스 프루프에서 느꼈던 짜릿한 쾌감은 피로 얼룩진 역사를 소재로 한 거니 그런 점에 있어서는 살짝 아쉬웠던 것도 사실이다. 감독님 작품은 무조건 영화관에서 두 번이야를 외치는 나지만, 차마 이 영화는 끔찍해서 그러질 못하겠다 끙.

posted by 딸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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