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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2009. 12. 14. 14:09


Doris Day- A bushel and a peck


요리의 세계로 제대로 빠져들 게 해줄 제2의 줄리아가 내게 필요하다. 내 인생을 뒤돌아 보게 해줄 유쾌한 영화라고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서 줄리아와 같은 '뮤즈'가 필요함이 절실해졌다. 나는 요리치니까. 그녀가 요리하는 모습을 보라. 매릴 스트립은 정말, 노장이 위대한 게 아니라 그녀의 존재 자체가 위대하다는 게 이번 역할을 보면 역시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수밖에. 왜 '줄리아'가 굳이 필요하느냐 하면, 그녀는 인간적이다. 요리할 때 보면. 태생적으로 요리를 위해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다. 남편을 따라 프랑스에 왔고 흥미있어 보이는 것들을 이것 저것 시도 하다가 양파도 제대로 못 썰고 제대로 할 줄 아는 요리 하나 없음에도 고급반 요리 과정에 발을 디디게 되면서 점차 성장한다. 결코 완벽하지 않지만, 그녀 안의 유쾌함이라는 에너지가 요리와 맞물리면서 그녀가 요리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신나는 공연을 준비하는 사람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TV쇼 요리 강좌에서 프라이 팬에 있는 걸 뒤집는 걸 보여주는데, 영락없이 실수하지만, 능청스럽게 웃으면서 이럴 수도 있죠, 떨어뜨린 건 아까우니까 같이 섞어요 하고 보는 내내 웃음을 주신다. 인간미가 제대로 폴폴 나는 전설적인 프랑스 셰프라니, 완전 매력 덩어리다. 저 사람도 하니까 나도 할 수 있다가 아니라, 저분처럼 정말 유쾌하게 즐기면서, 때로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요리하고 싶다는 마음이 불끈불끈 솟아난다. 요리라는 게 완벽하지 않아도 되는 구나. 내가 즐겁고 좋으면 되는 거구나. 하나같이 요리에 한가닥 하는 사람들을 보면 '완벽'의 결정체들이다. 작은 실수조차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악명 높은 헬스 키친을 봐라. 셰프라 불리는 사람들이 음식을 평가할 때 지독하다 싶은 욕설과 아니다 싶은 음식은 만든 이의 정성을 무참히 짓밟다시피 하고서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 어휴. 줄리아 같은 분이 있어서 내가 '요리'라는 과업을 걸음마 단계부터 차근차근 재밌게 신나게 배워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부터 하면 되지만, 이 마음을 그대로 이어지게 해줄 뮤즈가 진짜 필요하다. 요리하는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잘 하지도 못 하고 맛있게 먹어 줄 이가 있을 때만 요리 욕심이 발동하는 나로서는 이 영화를 보고서 요리를 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가 아니라 요리하는 자체에 진정으로 빠져들 게 해줄, 요리를 대하는 마음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거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줄리아면 되는데 말이야.


줄리아 차일드의 '프랑스 요리 예술 정복하기'가 48년 만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는데, 번역본으로 출시됐으면 좋겠다. 제2의 줄리아가 없다면, 나도 파워 블로거 줄리처럼 1년 안에 그녀의 레시피를 모두 다 만들어내지는 못 하겠지만, 특히 '쇠고기 스튜'는 정말 먹음직스러워 보였기에 하나씩 만들어보는 재미가 있을 듯. 원서라도 상관 없고말고. 뮤즈가 없다면 그녀를 내 뮤즈로 만들어 나도 요리의 세계에 한걸음씩 다가서 보는 거, 나쁘지 않잖아. 줄리처럼 나도 반해버린 '줄리아 차일드' 였기에 그녀의 책을 접하면 그녀에게 말도 걸고 그녀를 떠올리며 요리하는 기분, 꽤 신나고 재미있을 듯 싶다. 아, 사랑스럽고 유쾌한 줄리아여.....

posted by 딸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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