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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ove 2012. 5. 21. 15:54

아련함이 깊어지면 그리워지고 그리움이 쌓이다보면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했던 추억이 하나둘씩 떠오르면서 그 시간들 속에서 우리는 아름다운 시절을 함께 했음을 알게 된다. 비록 볼 수 없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닿아 있으니 누군가를 아끼고 어루만져 주는 마음이 어찌 아름답지 아니하리.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아련함'의 정서는 그저 슬플 거라고 생각했다. 손 닿을 수 없는 거리에 있기에. 하지만, 에피톤 프로젝트의 <눈을 뜨면> 이 곡은 슬픔의 감성이 승화되어 듣는 내내 가슴이 벅차오르면서 아름답게만 느껴진다. 슬픔은 더이상 온전한 슬픔이 아니었다. 누군가를 아끼는 곱디고운 마음의 결 그리고 그 마음의 깊은 곳에서 상대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너무도 자연스레 묻어나와 고스란히 전해지기에. 감정의 절제를 통해 그저 담담하게 누군가를 회상하며 사랑했던 모습 하나하나를 천천히 기억해주는 것. 그 마음이 느껴지기에 더욱 아름답다 느끼는 거겠지.

 

 

 

 

 

이토록 아름다운 곡이 세상에 나온 지 벌써 3년이 넘었구나. 미리 알았다면 좋아하는 이 곡을 라이브로 듣겠다는 일념 하나로 페스티벌, 공연 따라 다니면서 좀 더 일찍 흠뻑 빠져들었겠지만, 때늦음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금이기에 이 노래와 내가 인연이 되었을 테니. 이 노래가 지닌 감성을 온전히 내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시기는 바로 지금이라 생각하니까. 드문드문 노래를 들어오다, 이렇게 특정 한 곡에 마음이 이끌리면, 내가 기억해야 할, 앨범이 나올 때마다 귀 기울여야 할, 언제나 관심을 쏟아야 할 대상으로 바뀌는 거지. 이렇게 조금씩 애정을 나누는 일이 즐겁다. 이제 정말 라이브로 '눈을 뜨면' 이 곡을 듣는 일만 남았구나. 올해 아름다운 곡으로 기억될 노래. 슬픈 가사는 들릴듯 말듯 안녕을 읊조리지만, 그것이 진정한 안녕이 아님을 알고 있으니까.

 

 

마음의 여유가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는 걸 이 곡을 들으면서 깨닫게 됐다. 누군가의 마음을 먼저 어루만져줘야 할 때도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으니까. 예전이라면 자연스럽게 어루만져줬을 테니, 이렇게 자아 성찰 또한 필요 없었겠지. 이야기를 꺼내면 공감하면서 감정 이입하고 어떤 마음이라는 걸 알겠다 정도로만 생각했지, 내가 누군가의 일상을 보며 상대의 심리상태를 조금 더 신경 쓰고 배려하고 먼저 알아주는 마음이 언제부터인가 결여되어 있었던 거다. 지금의 내 상황이 힘드니까, 온전히 나만 생각했지, 주변이 보이지 않았다. '신경쓰고 싶지 않아' 하는 마음이 아닌 상대의 미세한 감정 변화 움직임에 둔감해졌다고 해야 맞는 표현일 거다. 관심이 없는 것과는 다른 문제니까. 그랬던 내게,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아련하고 아름답게 이야기하는 노래를 들으니, 마음에 와닿은 깊이 만큼 내 주변을 둘러싼 꽁꽁 얼어붙은 기운들이 서서이 녹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제 다시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니까. 바야흐로 시즌2. 그래서 에피톤 프로젝트의 '눈을 뜨면' 이 곡이 유난히 더 고맙다. 내 마음을 되돌아보게 해줘서. 여유를 다시 찾을 수 있게 해줘서. 마지막으로 마음을 예전처럼 어루만져 줄 수 있게 해줘서.

posted by 딸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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